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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4월에 출판된 "우리는 지금 인도로 간다"의 머리말


다양성 - 마력 - 자유, 인도 

엄청난 면적을 자랑하는 아메리카(美洲), 러시아, 중국을 여행했던 사람들도, 갖가지의 풍물과 유적지들을 접하게 되는 유럽을 여행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인도에 도착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인도의 다양함을 말하기 시작한다.  인도는 과연 어떠한 다양성을 지녔으며, 그 다양성은 어떠한 흡인력을 지녔기에 이처럼 쉽게 인식되고 또 절실히 느껴지는 것인가? 

인도 대륙은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들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南과 北으로는 3,300여 km, 東과 西로는 2,700여 km를 사이에 두고 펼쳐진 광활한 대지이다. 이처럼 남한의 33배에 달하는 면적을 지닌 인도 대륙의 광활함은 분명 인도의 다양성을 배양하는 토양의 일부일 것이다. 

그리고 이 광활한 대지가 만년설 덮인 히말라야 봉들을 끼고 있는 나닥 Ladakh과 잠무 & 카시미르 Jammu & Kashmir 州와 히마챨 푸라데쉬 Himachal Pradesh 州, 광대한 평야지인 푼잡 Punjab 州와 우타르 푸라데쉬 Uttar Pradesh 州, 사막의 정취가 뚜렷한 라자스탄 Rajasthan 州, 풍부하고 끈끈한 맛의 벵갈만(灣)을 낀 웨스트 벵갈 West Bengal 州, 기묘하고도 광막한 맛의 데칸 Deccan 고원을 무대로 펼쳐진 마하라쉬트라 Maharashtra 州를 비롯한 중부지역들, 아라비아 해를 끼고 펼쳐진 환상적인 해변의 고아 Goa 州, 녹색융단과 같은 께랄라 Kerala 州, 인도의 원래 주인인 드라비디아 Dravidia인들의 자존심을 지켜가는 타밀 나두 Tamil Nadu 州 등으로 서로 확연하게 구분되어, 각기의 특색과 매력을 지니고 이어져 온 것도 인도의 다양성을 이루는 배경의 하나일 것이다. 

또한 이처럼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844개에 달하는 각기 다른 언어들을 지니고 살았던 각 지역의 사람들이 그들 나름의 독특한 족적을 남기며 5,000년 넘게 존속하여 왔음을 말하는 유적들을 도처에서 만나게 되는 것도 인도를 다양성의 나라로 느끼도록 하는 배경의 일부일 것이다. 

그러나 지상에 존재하는 어느 땅, 어느 민족이건 그들 나름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지니지 않은 땅과 민족은 없는 것, 그러므로 인도처럼 넓고 오랜 역사를 지닌 곳에서 폭넓은 다양성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놀랍거나 이상스러운 일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인도의 다양성을 재삼 재사 실감하며, 인도의 다양성이 지닌 흡입력 때문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상들을 보이고 있는 것인가? 이곳 저곳으로 발빠르게 움직이며 세계가 좁다고 설쳐대던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인도는 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여느 나라들과는 달리 생생하게 남아 있다고 말하며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 안달을 하고, 인도 근처라면 다시는 그림자도 떨어지지 않게 하겠다던 사람들 중의 많은 이들이 또다시 인도에 들어가고자 앞뒤 재는 것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이들을 인도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무엇인가? 과연 인도는 지상의 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유의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한때 지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화려했던 왕국을 꽃피웠던 이 땅은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 인간을 가차없이 옥죄이는 절대빈곤으로 인한 처절한 참상들을 거르지 않고 내보이는 곳으로 남아있다. 그러기에 인도에선 언제 어느 때나 포장(包藏)되지 않고 화장(化粧)시켜지지 않은 원초적인 삶의 면모들이 있는 그대로 자연스레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인도가 이처럼 삶의 원초적인 모습을 거침없이 내보이고 있기 때문에 포장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오늘의 현대인들이 인도에 매혹당하는 것은 아닐까? 
처지가 불만스러운 사람이 자신보다 못하게 보이는 사람을 보며 위로 받는 인간의 보편적 심사(心事)가 인도 특유의 다양성 위에 흡입력이 강한 마력(魔力)을 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잊혀지지 않는 충격을 주며 목격되는 삶의 실상들에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 피할 수 없는 자문(自問)들에 답하며 자기 자신과 만나게 되는 흔치 않은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 인도의 다양성 위에 흡입력이 강한 마력을 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설사 그렇다 해도, 포장되지 않은 삶 위에 피어나는 꽃들 - 죽음과 궁핍의 그림자 위에 피어나는 작고 소박한 미소, 때로는 천진스럽게 때로는 평화롭게 피어나는 것이기에 그냥 그대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들 -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득문득 목격하게 되는 것은 그 얼마나 소중하고 황홀한 만남들인가!) 

어쩌다(?) 깊이(?) 빠져들게 된 인도의 다양성이 지닌 마력을 그 무엇으로 가름하며 설명하려들건, 그것은 당신의 자유이다. 
또한 혐오스러운 인도의 면모를 수 천 가지 들먹이며 꿈에서일망정 다시는 상종하지 않기를 바라게 될지라도 "No Problem!", 그것은 당신의 자유이다. 
힌두교인으로 태어나는 것만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자유가 공공(公共)의 규율이나 의무를 압도할 정도로 거의 모든 면에서 철저하리만큼 자유가 보장되는 풍토를 지닌 곳인 인도에서, "당신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지독한 신분제도를 중심으로 유지되어온 인도와 같은 종교사회에서 어떻게 이처럼 방종에 가까운 개인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었는지를 따지는 것이 여행자의 몫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자유롭고 싶은 만큼 남도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규율이 인도의 인습 속에 뿌리 깊게 스며 있음을 느끼게 되고, 그리하여 오늘의 인도가 스스로를 지상에서 가장 폭넓은 자유주의 국가라고 자부하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다면, 인도의 다양성 위에 강한 흡입력을 부여하는 마력의 원인을 밝히는 하나의 실마리를 잡은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으리라. 

그렇지만 그 어떤 인식, 그 어떤 느낌, 그 어떤 체험도 인도를 담기에는 너무 작다. 

그 어떤 인도에 관한 경험담이나 읽을거리도 당신 스스로가 인도에서 만나고 느끼며 당신의 몸과 마음으로 체험할 인도와는 다르다. (그리고 이것 또한 인도의 다양성이 지닌 마력을 형성하는 또다른 원인의 일부이리라.) 

그러기에 해답은 없다. 

머리카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처럼 "나"라고 지칭되는 "자신"이 인도에서 흐르고 있음을 느끼고 체험하는 순간을 "어느 날 갑자기" 갖게 되었다면 마력의 원인을 찾느라 더 이상 마음 쓰진 않겠지만, 그래도 해답은 없다.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인도에서 느껴지는 이 "자유"를 당신이 찬양하건, 비난하건, 받아들이건, 거부하건 혹은 무관심하건 그것 역시 당신의 자유다. 

그러나 무심히 흐르는 강물처럼 "거기 있어" 당신을 에워싸고, 관통하고, 스치는 인도에서의 이 "자유"가 당신에게 무엇을 남겨놓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자유 - 다양성 위에 마력을 덧붙이는 또다른 원인, 자유 -는 조절되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 멈추지 않고 흐르는 자유에 당신이 끼어들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아니 너무 많기 때문이다.) 

좋아하지 않기도 쉽지 않고, 미워하지 않기도 쉽지 않은 나라 인도에서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또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거나 하는 식으로 태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문제이다.   
인도의 그 어느 누구도, 그 어느 무엇도 당신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인도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다시 당신에게 돌아온다. 그러기에 인도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다시 당신에게 돌아온다. 

싸워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 자신이고, 풀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도 당신 자신이다. 미워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떠나는 것도 당신 자신의 문제일 뿐이다. 

닫힌 마음이건 열린 마음이건, 피로한 몸이건 심심해진 몸이건, (혹은 몸은 있되 마음이 없는 처지, 마음은 있되 몸이 없는 처지, 마음도 몸도 없다는 처지) 그 어떤 처지의 그 무엇일지라도 개의치 않고 뛰어들어 이리저리 뒹굴어도 스스럼 없는 곳이기에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곳, 인도! 

(그건 그렇다치고), 인도는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정무진 _()_


한.인교류회 상임이사 (본명:정창권 C.K.Chung)

1996년 4월에 출판된 "우리는 지금 인도로 간다"의 머리말입니다.


Posted by 한국인도교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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