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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권 컬럼

왜 인도인가? - 내일의 주역들께


새로운 곳을 향하여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다는 것, 살면서 가질 수 있는 즐거움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리라. 

가진 것은 몸과 시간 그리고 패기뿐이지만 어떠한 상황, 어떠한 낯 섬도 맞닥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떠나는 배낭 여행, 젊음의 전유물은 아니겠지만.. 젊었을 때의 배낭여행을 놓치는 것은 살면서 가질 수 있는 큰 즐거움 하나를 놓치는 것이리라. 

그러니 어찌 아니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방학 때면 배낭 메고 떠나는 젊은이들이 늘어만 가는 것이. 

헌데 이들 배낭 여행자들의 과반수 이상이, 미국과 유럽 등 서구지역을 첫 번째 여행지로 삼고 있거나, 아예 이곳만 주 대상지로 삼는 편식 성향이 두드러진다. 무엇 때문일까? 

무엇 때문에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으로 대변되는 동양은 같은 동양인에 대해서보다 서양인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훨씬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었는가? 

정리되지 않은 일제 잔재세력들이 교활하게 이어온 관습과 교육 그리고 이들의 전횡을 방조했던 다수들의 게으른 침묵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공정하게 정립될 수 없도록 한 주요 원인으로 꼽히듯, 미국으로 대변되는 서구의 시류에 편승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현대 한국 주류의 흐름에 의하여 문화, 정치, 경제 모든 면에서 서구를 기준으로 삼도록 교육되어 온 탓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코와 눈과 키가 큰 하얀색 인형, 백마 탄 왕자 그리고 마귀 이야기가 신랑 각시, 콩쥐 팥쥐, 도깨비 이야기보다 더 짙게 피 속에 녹아있도록 당신들 세대들이 받아온 세뇌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동양과 서양을 음과 양으로 구분하거나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구분하여, 서로를 끌어당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논리를 포용한다 할지라도, 세계적으로 소문난 이 정도가 지나친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의 일방적인 서양 선호도는 반드시 점검되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왜 인도인가? 왜 인도를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꼭 답사해야 할 장소로 꼽으며 권하기를 망설이지 않는가? 

첫 째 현재의 인도가 포장되지 않은 문화를 보여주는 때문이다. 지상 최고에 가까운 부귀영화와 지상 최악에 가까운 빈곤이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으로 대변되는 삶의 흐름을 그냥 그대로 보여주는 때문이다. 그 어떤 부귀영화로도, 그 어떤 겸손으로도 피할 수 없는 삶의 원초적인 모습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냥 그대로 목격되는 때문이다. 주검까지도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한쪽에서 소리 없이 처리되는 이 시대의 문화에 그냥 휩쓸려 살았던 당신들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까닭이다. 

둘 째 인도는 서로 다른 것들을 포용하여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9억에 가까운 힌두교인들과 1억이 넘는 회교인들을 가진 인도 그리고 국민의 9할이 회교도인 회교국가인 파키스탄 사이의 갈등은 폭동과 테러, 격렬한 국지전을 잊을 만하면 다시 발생시키는 사태를 반복하고 있지만, 그러나 인도의 일상 모습은 서로 다른 것들을 포용함으로써 표출되는 다양함으로 인한 편안함을 보여주고 있는 때문이다. 

셋 째 최악으로만 보이는 상황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눈부신 미소들을 문득 문득 만날 때마다 당신들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많이 허비하며 살고 있는지를 자각할 수 있게 되는 때문이다. 당신들이 이 사회에서 느끼는 빈곤감, 박탈감, 억압 등이 얼마나 상대적인 것인지를 절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가진 그대로를 감사할 줄 알고, 아낄 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삶, 아름다운 삶이 어찌 아니겠는가?! 

넷 째 생(生)이 날 것으로 꿈틀대는 곳, 모든 것이 움직이며 흐르지 않으면 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상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 인도 여행인 때문이다. 인도에서의 여행은 흐르는 여행이고, 흐르는 동안 당신이 만나는 것은 당신 자신이기 때문이다. 

다섯 째 인도는 아시아인 때문이다. 각각 10억이 넘는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인구와 면적만으로도 아시아는 21세기, 지구의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 인적, 물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딸리는 한국의 미래는 이 두 큰 등치들의 어떤 맥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가 되고 경쟁자가 될 기회가 더욱 더 잦아질 인도는 당신들이 미래의 생존을 위해 풀어야 하는 화두인 때문이다. 

정무진 _()_ 
사단법인 한인교류회 상임이사


2002.11 숙명여대 학보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