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巫), 계절화가 만나는 시바 Shiva
- 정창권
투명한 하늘, 투명한 공기, 투명한 물의 세계 바이칼 호수 안의 알혼섬, 시베리아 브리야트 족 샤먼 발렌찐이 ‘시베리아 샤먼의 성소’ ’몽골 샤먼의 시원’으로 여겨지는 부르칸 바위를 배경 삼아 단순한 리듬의 단조롭고 소박한 샤먼 의식을 재현하며 함께 하는 사람들의 안녕과 평화 그리고 세계의 안녕과 평화를 빌고 또 빌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존속을 위해 시베리아 샤먼들이 감당했던 핍박과 고통의 사연들이 녹고 또 녹아 그토록 단순한 리듬으로, 그토록 통 큰 바람으로 정제된 것이라 느껴졌었기에..
금기가 되어버린 ‘신과의 교류’를 대신하며 괄시 받고 폄하 받는 우리네의 무당들이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리듬 타고 때론 애절하게 때론 격렬하게 신과 소통하면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안녕과 평화, 지구촌의 평화와 공존을 빌고 또 비는 모습들을 만날 때마다, 바이칼에서 만났던 투명한 존재들을 만난다. – 투명한 하늘, 투명한 공기, 투명한 물의 세계 바이칼 호수 그리고 투명을 지향하는 존재. 무당, 샤먼.
계절화가 한 눈에 무인(巫人)임을 알아본 것은 무명천으로 만든 한복이라는 흔치 않은 그의 복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이칼의 샤먼 발렌찐과 ‘복(福)은 나누고 한(恨)은 풀라’는 공수로 널리 알려진 우리네의 만신 김금화처럼, 계절화의 입에서도 같이 있는 사람들의 안녕과 평화,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비는 말들이 수시로 투박하게 터져 나온 때문이었다.
(듣건 말건, 인정하건 말건 관계 없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또 빌 수 밖에 없는 한국의 무인 계절화가 온 힘 쏟아 그려내는 그림 대부분에서, 시바 신을 상징하는 링감과 요니가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형상적으로 표출되어 있는 것이 흥미로울 뿐 아니라 반가웠다.
시바 신이 누구인가? 8만 4천의 신들이 존재한다는 신들의 나라 인도에서도 가장 기가 센 신 아니던가?!
창조의 신 브람마와 유지의 신 비슈누가 하늘과 땅, 지하 그리고 8만 4천 온 우주를 다 뒤져도 찾지 못하고선 ‘당신이 우리 중 최고의 신이요, 이제 그만 모습을 보여 주시요’라고 간청 하자 그제서야 삼천 대천 세계와 8만 4천 신들에게 링감의 형태로 나타나며 자신의 위용을 과시했다는, 파괴와 재창조의 신 시바 아니던가?!
‘기의 나라’ 한국의 무당이기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신의 나라’ 인도에서 가장 기가 센 신으로 추앙되는 시바 신과 이루어지는 이런 소통이 더욱 더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에서의 굿과 전시회, 북경에서의 전시회를 통해 인류의 소통, 평화와 공영을 빌고, 국회의 의원회관에서 남북의 평화를 기원하는 전시회를 가졌던 계절화 선생, 일본에서의 평화 기원 전시회를 갖기 전에 이곳 인도 문화원에서 문화원 개관 기념 기획전을 갖게 된 것도 새길 만한 의미가 있는 인연이리라...
70년대부터 인도와 한국의 융합이 21세기 지구촌의 큰 받침이 될 것이라고 강변해왔다는 문명 예언가 계절화 선생의 그림에서 만나는 시바 신의 상징 링감(남성)과 요니(여성)의 기(氣)가 때론 각각의 모습으로, 때론 인연 따라 얽히는 모습들,
한국의 기(巫)가 인도의 신과 교류하는 모습으로
한국과 인도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해야 할 모습으로
한국과 인도가 어우러져 21세기 지구촌의 주역 역할을 담당해갈 모습으로 이해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옴 나모 시바야 OM NAMO SHIVAYA
7월 6일 2011년
정창권
사) 한.인교류회 상임이사
인도 문화원 기획이사
인도 종합 안내서 ‘우리는 지금 인도로 간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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