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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판

차창룡 (인생을 생각하는 모임 전 회장) 시인의 시집 ‘벼랑 위의 사랑(민음사)’ 출간

모든 사랑은 벼랑 위에서 시작된다

등단 22년을 맞는 중견 시인 차상룡의 다섯 번째 시집 『벼랑 위의 사랑』. 이 책은 시인이 승가에 귀의하기 직전 정리한 속세에서의 마지막 시집이다.

비루하고 고통스러운 일상을 자연의 넉넉함과 신화적 세계관으로 감싸 안으며, 모든 사물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끊임없이 순환시킨다.

현대사회의 일상성에 대한 성찰, 자아와 욕망의 근원에 대한 탐구, 인도와 불교 등 종교적 사유의 축을 중심으로 전재되는 이번 시집은 그의 삶과 의식이 어떤 완성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순간을 보여주며, 슬프고도 서러운 현실을 고요한 눈으로 바라보는 내적인 관조가 한결 더 깊이 드러난다.

출판사서평

태양이 끓는 용광로 속에서도 녹지 않는 사랑
위태롭고도 아름다운, 모든 사랑은 벼랑 위에서 시작된다
중견 시인 차창룡이 승가에 귀의하기 직전 정리한 속세에서의 마지막 시집

올해로 등단 22년을 맞는 중견 시인 차창룡의 다섯 번째 시집 『벼랑 위의 사랑』이 출간되었다. 그는 지난 3 13, “끊임없이 길을 갈 것이고, 길에서 꿈을 펼칠 것이며,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겠다.”라고 출가의 소회를 밝힌 후 해인사에서 행자 생활에 들어갔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승가에 귀의하기 직전 정리한 속세에서의 마지막 시집이다.

그는 1994년 첫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사회의 부조리와 일상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완성해 왔다. 이 시집에서 그의 시들은 비루하고 고통스러운 일상을 자연의 넉넉함과 신화적 세계관으로 감싸안으며, 모든 사물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끊임없이 순환시킨다.

현대사회의 일상성에 대한 성찰, 자아와 욕망의 근원에 대한 탐구, 인도와 불교 등 종교적 사유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번 시집은 그의 삶과 의식이 어떤 완성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순간을 여실히 보여 주며, 비애로운 현실을 고요한 눈으로 바라보는 내적인 관조가 한결 더 깊이 드러난다.

■ 길이 끝나고 허공이 시작되는 곳, 모든 사랑은 벼랑 위에서 시작된다

“일상의 만화경을 희화화하는 것과 내면적인 비애와 갈등을 스스로 관조하는 자기 풍자의 두 가지 특색을 모두 지니고 있다.(문학평론가 김춘식)라는 평을 받아 온 차창룡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일상에 대한 집요한 탐구, 유쾌한 유머와 통렬한 풍자를 보여 주면서도 비애로운 현실을 고요한 눈으로 바라보는 내적인 관조가 한결 더 깊어졌다. 그의 시들은 비루하고 고통스러운 일상을 자연의 넉넉함과 신화적 세계관으로 감싸안으며, 모든 사물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끊임없이 순환시킨다.

시인은 차가운 냉소가 아닌 따뜻한 해학과 익살스러운 유머를 통해 일상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 낸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그의 유쾌한 시어들에 따라 웃다가도 자신을 둘러싼 고달픈 삶의 슬픈 굴레와 자본주의의 쓸쓸한 이면을 깨닫는 순간, 문득 쓸쓸함이 밀려든다.

현대사회의 일상성에 대한 성찰, 자아와 욕망의 근원에 대한 탐구, 인도와 불교 등 종교적 사유의 축을 중심으로 차창룡의 시 세계는 전개되어 왔다. 이번 시집은 그의 삶과 의식이 어떤 완성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순간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인도 사랑으로 유명하며, 인도 기행 산문집 『인도신화기행』을 펴내기도 했던 그는 이번 시집에도 인도 신화를 모티프로 한 시들을 여러 편 실었다.

우리의 사랑은 신화입니다.
마치 사실이 아닌 것 같지요
.
사실인 것 같은 사실이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
신화 같은 사실이

사랑입니다
.
우리의 사랑은 신화입니다.

―「상카샤」

그는 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나 자신이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붓다」)는 일이며, 소유와 집착, 현대사회의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거짓 자아를 버리고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일임을 보여 준다.

이번 시집에서 광대한 신화적 세계관에 도달한 그를 만날 수 있는데, 그 안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 세계에 대한 적의를 넘어 자기의 세계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다른 세계로 넘어가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그의 시는 본원적인 삶의 의미를 향해 나아간다.

「온수시방(溫水詩)房」에서 알 수 있듯이 “나의 고향”이면서 “없는 고향”일 수밖에 없는 그곳을 찾아가는 길 위에 서 있는 시인은, “나의 목적지는 나의 꿈”(「나의 꿈」)이지만, 시인은 “당신의 꿈을 향해 가면”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각자 다르지만, 그 근원은 동일하기 때문에, 나와 당신의 꿈은 생명의 원형, 우주의 본질에 닿아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시인은 육체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본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벌거벗은 그대 가슴/ 입에 물면 한입에 바다”(「당신의 유방」)가 되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 더 심해지는 샘물”(「창세기」)처럼 육체의 욕망을 밑바닥까지 끊임없이 소진한 후에야 비로소 어떤 세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시인은 그곳에서 태초의 “고요한 노래가 숨어 있는”(「겨울 굴참나무」) ()의 세계, 우주적 바다로 가고자 하는 ‘초심’으로서의 진정한 본능을 자각한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승가에 귀의하기 전에 정리한 속세에서의 마지막 시집이다. 시인은 지난 3 13일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 홈페이지에서 “근기(根機)가 강하다면 굳이 승가에 들지 않아도 되련만 너무 부족한 것이 많기에 속세의 인연을 접고 떠나기로 했다. 문학의 울타리는 내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었고, 따뜻한 이불이 되어 주었다. 부처님은 내게 이제는 달콤함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너무 늦었다 싶은 시점이야말로 바로 시작할 시기가 무르익었음을 말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감사하다. 더 이상 새로운 길을 꿈꾸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길을 갈 것이고, 길에서 꿈을 펼칠 것이며,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겠다.”라고 출가의 소회를 밝히고 14일 해인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에 들어갔다. 그는 앞으로 1년가량 행자 생활을 거쳐 조계종 강원이나 승가대학에서 4년 동안 교육을 받은 후 비구계를 받아 정식 스님이 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그는 “출가해도 시를 접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서’에서 이 시집을 ‘어머니’에게 바친다고 밝혔듯이, 그는 자신의 세계를 어떤 거대한 ‘바다’ 즉 ‘근원’에 바치고 있다. “바람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간/ 영원히 촛불을 켤 수 없다”(「이제는 사랑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촛불은 자신의 몸만큼만 타오른다”(「촛불」)는 그의 시구처럼, 바람 몰아치는 벼랑 위에 선 그의 거대한 촛불은 “세세생생 끊이지 않는 인연으로”(「룸비니와 카필라바스투」) 영원히 타오를 것이다. “신이 신을 버리니 비로소 신이 되었”듯이, “길 아닌 길을 지우며” 그는 “오늘도 간다.

■ 작품해설에서

현대사회의 일상성에 대한 희극적이고 정치한 성찰, 자아와 욕망의 근원을 향한 서정적 모험은 차창룡의 시가 천착해 온 지점이다. 그 다채로운 시의 외연은 굴절된 웃음과 풍자의 언어를 거느리고 있으며, 때로는 자기 해체적인 고백의 수사를 보여 주기도 했다. 이러한 시적 변모의 추이를 따라오다 보면 어느덧 그가 광대한 신화적 세계관에 도달해 있는 지점을 만나게 된다. 그 안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 세계에 대한 적의를 넘어 자기의 세계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다른 세계로 존재의 전환을 실행하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그의 시는 본원적인 삶의 의미를 향해 나아간다. 『벼랑 위의 사랑』은 무엇보다도 순식간에 터져 나온 깨달음이나 준열한 일성(一聲)처럼 현실과 관념의 총체 위에서 그의 삶과 의식이 어떤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승가에 귀의하기 전에 정리한 속세에서의 마지막 시집이다. 이 시집을 ‘어머니’에게 헌정한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육친의 정을 넘어서서 그의 세계가 어떤 거대한 ‘바다’를 향하고 있을 때, 필연적으로 그는, 어쩌면 등가적 표상일 수도 있는, 자신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근원’ 앞에 자기의 세계를 바치게 된다. “바람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간/ 영원히 촛불을 켤 수 없다”(「이제는 사랑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시구 하나를 들고 이제 두 손을 가만히 모아 보자. 그 촛불이 밝히는 어느 먼 길의 입구까지나마 함께 따라올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축복이었다. - 김태형(시인)

■추천의 말

시는 사라지는 이가 겨우 남기는 사라지는 것의 무늬 같은 걸까. 그 사라지는 것의 무늬는 흑석동과 인도, 현실과 신화를 넘나들며 “벼랑 위의 사랑”을 아프게 현상한다. 사랑의 “촛불을 켤 수 없다면 어둠 속에 몸을 섞”어야 하고, “창자를 꽃목걸이처럼 목에다 걸고도 이제는 사랑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시인의 사랑이 단지 관념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신이 신을 버리”듯 지상으로 화신하여 내려온 ‘눈’처럼 “사람의 발에 밟혀…… 이렇게 사랑을 견고하게 증명”하고, ‘눈물’과 ‘비극’마저 끌어안고 저 광활한 신의 바다로 흘러가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요한 사랑의 절창이 더욱 아픈 것은 시인의 싱싱한 출세간이 세간에 몸 붙여 사는 우리를 “위태롭고 아름다운” 사랑의 낭떠러지로 자꾸 떠밀고 있음이리라 -고진하 (시인)

목차

1부 이제는 사랑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

태양
죽은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부드러운 가시

벼랑 위의 사랑




바다는 피가 뼈다 살이다

아무나

나의 꿈-또는 윌리엄 허셜의 꿈

온수시방

이제는 사랑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

2부 본능

당신의 유방
창세기-여자의 성기
본능

계곡에 입술을 대고 물을 마시는 날

겨울 굴참나무

가을, 북한산에서

내 발소리가 겁이 나서

나무, 바위틈에서 죽다

제사

촛불

석류

겨울나무

3부 자본주의를 위한 자그마한 기여

언제부턴가 내 마음은 칼이 되어
개구리가 교미하는 계절

고시원은 괜찮소

집의 운명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1
인 시위 중인 노숙자 시인과의 인터뷰

대추

물대포

연못과 물고기

자본주의를 위한 자그마한 기여

백일홍과 거북이

흑석3동 재개발구역에는 우물이 있었다


갠지스
1
갠지스
2
소나기

4부 붓다

붓다
룸비니와 카필라바스투

보드가야

초전법륜

라지기르의 안개
1
라지기르의 안개
2
바이살리의 이별

천불화현

상카샤

쿠시나가르

작품 해설 /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