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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권 컬럼

한인교류회 (한국-인도 교류회, Indo-Korean Foundation) 설립에 부쳐

한인교류회 (한국-인도 교류회, Indo-Korean Foundation) 설립에 부쳐


                                                             (사)한인교류회 상임이사
                                            정창권(필명:정무진 / C.K.Chung)


21세기 사회는 서구가 기준이 된 물질 문화의 결과이고, 서구 문화가 주류를 이루게 된 현 사회의 원인이다.

이 물질 문화의 몰락을 예측할 수는 있겠지만, 언제가 될지, 무엇에 의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아직 시기 상조인 듯 싶다. 하지만 우리가 당면한 21세기는 물질 문명의 가치가 극대화되어 그 정점과 폐해가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짐작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문화는 그 내용에 관계 없이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 민족, 종족 간의 교류도 경제가 기반이 되는 문화가 뒷받침을 하고 있다.

산업화를 먼저 이룬 나라가 뒤를 이으려는 나라를 바탕 삼아 경제력을 키우는 것이 현재의 국제 경제 상황이고,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인도의 관계도 일정 부문, 이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의 경제력이 인도에 끼치는 영향에 문화의 뒷받침이 없다는 점이다.

아시아 최강의 경제대국 일본의 경우, 서구 그 어느 나라에 못지 않을 경제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국제 사회의 성숙한 지도국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날 생선 먹는 것을 야만으로 여겼던 서구인들에게 생선회나 생선 초밥을 여유 있는 자들의 고급 먹거리 문화로 정착시킨 일본이지만, 그러나 일본은 세계에서 그들의 경제력만큼 인지되지 않거나, 인정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팽창하는 경제력을 업고 세계를 횡행했던 일본인들이 어글리 자패니스라고 지칭되며 지탄의 대상이 되던 70, 80년대의 무례도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인도에서의 일본 이미지는 한결 낫다.

근대 인도 역사상 인도가 전쟁에서 졌던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고,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인도 영토인 안다만과 니코바 제도를 어지럽혔던 국가인 까닭에, 알고 보면 인도인들이 친숙감을 지니기 쉽지 않은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인들은 일본이나 중국에 대해 친숙하게 느끼고 있다.

그 반면에 인도에서의 한국은 어떠한가?!

현대, LG, 삼성 등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들이 인도에서 성공적인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고 그들이 년간 사용하는 홍보비가 수백억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며, 이들 대기업이 한국계 기업임을 알고 사용하는 인도인이 얼마나 될 것이며, 설사 한국을 안다고 할지라도 한국에 대해 어느 정도나마 알고 있는 인도인을 얼마나 될지 헤아려보며.... 인도와 인도인에게 한국인, 한국이 지니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어딘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도인의 인식은 안다고 해도 북한과 남한의 정확한 차이를 알지 못하면서 북한이냐 남한이냐를 묻는 정도이거나, 데모 많이 하는 나라거나, 아주 작은 나라인데 통제된 독제 정권에 의해 경제력을 갖게 되었고.. 갑자기 돈푼께나 쥐게 된 벼락부자처럼 품위 없이 으시대는 나라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늘고 인도와 거래하는 한국인들의 활동이 점차 늘어가는 요즈음, 불행히도 한국인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인도인들이 점점 더 늘어만 가는 것도 보게 된다. 이해관계에 따라 좋아하고 싫어하게 되는 것이야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소한 태도와 사소한 차이로 인해 부정적인 인상과 인식이 쌓이는 게 너무 많이 눈에 띈다. 한국과 한국인의 좋은 면도 함께 알려지며 친구의 숫자가 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인도의 경제력이 커질수록, 민도가 높아질수록 한국계 기업들의 기업 활동이 어려워질 소지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이 아닐 수 없다.

포철이 원석이 풍부한 인도 동부 오릿사 주에 세우겠다는 제철공장이 과연 세워질 수 있는지를 의심하는 인도인들이 처음에도 적지 않았지만, 점점 더 많아 지고 있다.

초기의 미지근한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지방 정부와 관련 부처들을 독려하고 있는 중앙 정부와 오릿사 주 정부의 강력한 후원에도 불구하고 생존권과 환경을 앞세운 지역 주민들과 지역 정치인들의 득실 계산에 따른 반대의 파장이 깊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본 협회는 계약이 성사되었던 당시에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자 유치였던 프로젝트로 호의적 관심이 높은 초기에 포철 측이 현지인들과 적극적으로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기회가 될 때마다 공식, 비공식으로 주창했었는데, 이런 견해가 참조되어 적절한 조처들이 취해졌다면, 후일에서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진행한 행사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질곡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진하다. 경제와 문화가 서로를 뒷받침해야 하는 또 다른 사례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인도가 21세기 한국 경제의 주요 파트너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면, 더 늦기 전에 인도에 거주하는 한국인, 인도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계 다국적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도의 중요성이 인식되며, 각종 미디어들의 인도 취재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들에 의해 목격되는 현지 인도의 변모되는 모습들도 유용한 소식이지만,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들이 걸러지는 것도 유용하다.
그들이 목격하는 인도 내 한국인들의 모습들이 인도인들이 목격하고 경험하는 한국인이고, 그런 사람들을 통해 쌓인 감정이 한국 국가 이미지로 굳기 때문이다.

상대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그 부정적인 측면에 의존하게 되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개념을 갖기가 어렵다.

인도와 한국이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을 누적시키며.. 이런 것들이 퍼져가는 것을 무책임하게 방치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인상이 흐트러지고 흐트러진 인상들이 고정된다면, 그 폐해가 우리의 미래를 흔들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계 기업, 인도에 거주하는 한국인, 인도와 관계된 한국인들은 어떻게 인도, 인도인을 만날 것인지, 우리네의 모습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있으며 어떤 인상들이 형성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주의 깊은 성찰과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덧붙여 우리네 아시아 인들의 잠재의식도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인은 일본인대로, 중국인은 중국인대로, 인도인은 인도인대로, 한국인은 한국인대로, 아시아 국가들 사람들 거의 모두가 공통으로 지닌 병통이 있다. 우리들 아시아인들보다 서구 유럽인들이 더 아름답고 더 뛰어나고 그들의 문화가 더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놀랍고 바보 같은 최면에 걸려 있는거다.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면 이런 턱없는 최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일본이다. 일본의 경제력은 유럽 어느 곳에 못지 않지만, 일본인들의 태도는 미주, 유럽 중시의 정치, 사회, 문화적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아시아 경시 현상이 더 악화되고 있는 듯 싶기 때문이다.

불행하기도 하고 터무니 없기도 한 사태지만, 중국과 인도 그리고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따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시아 권 문화의 흐름이 서구 중심의 문화 흐름에 너무도 깊이 잠식되어 버린 때문이다.
부지불식간에 우리 아시아 인들의 모든 게 서구 중심의 가치관에 잡혀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대중 문화를 거점 삼은 이 시대 한류의 열풍이 한국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는 점은 어떠한 이유로도 과소 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치 않았던 시작과 성과를 거둔 작금의 한류는 속도 빠르게 변모하는 대중 문화를 거점 삼고 있는 때문에 계속 선도하지 않는 한 일시적 호응에 그쳐버리고 말게 될 것이며, 불행히도 그렇게 사그라지고 만다면 21세기에 있어 한국의 위치가 어디에 있을 것인지를 짐작하기가 어렵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서구의 일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거나, 서구의 일원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듯한 일본, 아시아 맹주 지위를 놓고 다툼이 치열해질 인도와 중국, 이들 사이에서 우리 한국은 어떻게 어떤 형식으로 존속할 수 있을까?

‘한류’라는 이름으로 그 싹을 피우기 시작한 가능성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를 어우르는 대중 문화를 창출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각종 문화 예술을 창출하여 ‘당당하고 자족하는 아시아’를 구현하는 것을 ‘한류’가 나아갈 비전으로 삼는 것,
이것이 한국이 아시아의 일원으로, 지구촌의 일원으로 꽃 피우며 적극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조심스럽고 치밀하게 인도에 접근했지만, 한국은 짧은 시간의 교류 기간만으로 일본을 추월하였다.

혼란스러울 정도의 다양함을 포용하는 인도의 느림, 
빠른 변화를 이겨내며 나름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나름의 방법을 체득한 듯한 한국,

이런 궁합이 둘의 효율적 결합을 촉진시키는 듯 싶고,
이 결합을 통해 한국과 인도가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 꽃 피울 것으로 생각된다.

문화가 뒷받침이 되는 인도와의 교류를 목적으로 삼는 사단법인 한.인교류회가 한국과 인도의 상생적 결합이라는 소임을 잘 수행함으로써 '당당하고 자족하는' 아시아 구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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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작성일 : 1996년 4월 – 최종 보완일 : 2009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