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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헤랑가르 산성  ⓒ조남용

타르 Thar 사막의 초입인 조드뿌르 Jodhpur에 첫 번째로 발길이 닿았던 것은 보이는 모든 것에 걸리며 정처 없이 떠돌던 시절, 100년을 넘게 살고 있는 한 수행자가 소리 없이 살고 있다는 소식에 홀린 탓이었다. 

거대한 아쉬람 (Ashram : 수행 도량 혹은 공동체) 챙기고 요란스럽게 혹은 번잡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넉넉하지도 못한 증손자의 집에 얹힌 채 조용하게 세월 보내고 있다기에 더 더욱 찾아보고 싶었던 마음을 내게 했던 그 수행자는 곱게 늙은 영감님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았다. 나이답지 않게 맑은 눈빛이 함께 한 시간과 공간을 한가롭게 가득 채웠던 것을 뺀다면... 

"그대의 추구가 결실을 맺게 되길 기도 드리겠다"는 그 분의 차분한 축복을 안고 돌아설 때 어쩔 수 없이 부딪치는 갈등..., 이 노인의 그 맑은 눈빛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통과하여 이룬 눈빛이라면, 왜 그 맑음에 빠져버릴 수는 없는 것인가... 

시가지를 굽어보는 언덕 위에 위치한 메헤랑가르 Meheragarh Fort 산성, 방향 잃고 헤매는 갈 길 없는 발길이 더듬기에 좋은 장소가 아닐지는 모르지만, 처음 조드뿌르에 도착하는 이방인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인상적인 모습인지라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러나 메헤랑가르 산성에서 만난 것은 또 다른 걸림돌이었다. 

전장에서 패배한 불명예를 죽음으로 마감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의 비열함이 수치스럽다고 성문을 걸어 잠근 뒤, 불에 뛰어들어 자결하는 서띠 Sate 의식을 감행함으로써 무사의 법도와 왕가의 자존심을 대신 살렸다며 추앙되고 있는 17세기 왕가 여인네의 사연때문에 성에 오르기도 전에 걸리고, 성 문 안에 들어서자마자 서띠 Sati에 직면하게 된 왕가의 과부들이 불에 뛰어들기 직전에 남긴 손자국들을 양각하여 금박으로 덧칠해 둔 손도장들을 만나게 되며 또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후일을 기약하지 않는 극렬함..., 불에 뛰어들기 직전의 여인들이 남긴 손자국..., 

 서띠 전에 남긴 손자국들 ⓒ조남용


오후가 되면 지는 해를 통곡으로 보내며 "오늘도 님과 하나가 되지 못하고 하릴없이 또 하루를 허비하였구나"라고 울부짖었다는 어느 인도 수행자의 치열함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도구에 다름 아니었고, 그 치열함과 극렬함을 따르지 못하는 후학이 봉착하게 되는 자괴감에서 도망칠 길을 막는 엄격함이었다. 

방향을 달리하지 못하고 타르 사막 안쪽으로 깊숙이 스며들어, 알려지지 않은 한 수행자와 동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이, 눈빛 맑은 노 수행자의 축복 때문이었는지, 메헤랑가르 산성에서 만나게 된 사연과 불에 뛰어들었던 여인들이 남긴 손자국을 보며 몰렸던 때문이었는지... 

타협할 수도 없었지만 목숨을 던지는 치열함에 미칠 수 없었던 허망한 날들이 그렇게 얽혀가고 있었다. 

정무진 _()_ 
사단법인 한인교류회 상임이사
Indo-Korean Foundation

사진제공 : 조남용 

Posted by 한국인도교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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